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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술의 진화는 인류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를 '인간 신체와 감각의 확장'으로 보았으며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인간의 감각 비율을 재편한다미디어의 진화는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 구조, 사회 조직 방식, 권력 배치, 문화 생산 체계를 재구성하는 역사적 과정이다. 본 절에서는 미디어 기술의 전환을 여섯 단계로 구분하여 학술적 이론에 기반하여 고찰한다.


2. 미디어 기술의 진화

― 기술의 진화는 미디어를 만들고, 미디어는 인간의 경험 세계를 확장한다.
| Marshall McLuhan, Understanding Media (1964) ―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윌버 슈람 Wilbur Schramm은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100만 년의 인류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가정하면 문자와 인쇄 기술은 하루가 끝나기 직전에 등장한 기술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비유는 인류 역사 대부분이 구술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였으며, 현대 미디어 기술이 매우 최근에 등장한 혁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1. 동굴 벽화 (Cave Paintings): 가장 초기의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약 기원전 3만 년경 등장하였다. 인간은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려 사냥 장면이나 일상생활을 기록하였다. 이는 인간이 경험과 정보를 시각적 상징으로 표현한 최초의 기록 방식이다.
  2. 상형문자 (Hieroglyphics): 고대 이집트에서 약 기원전 3200년경 사용된 문자 체계이다. 그림 형태의 기호를 이용하여 언어를 표현하였다. 이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이 구술 중심에서 기록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단계였다.
  3. 필사본 (Manuscripts): 중세 시대에는 책이 인쇄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사들이 손으로 문서를 필사하여 제작하였다. 이러한 문서는 주로 종교 문헌이었으며, 지식의 확산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4. 인쇄술 (The Printing Press): 1448년경 Johannes Gutenberg이 금속 활자를 이용한 인쇄 기술을 발전시켰다. 인쇄술의 등장은 지식과 정보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근대 교육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5. 모스 부호 (Morse Code):1844년 Samuel Morse가 전신(telegraph)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하였다. 전기 신호를 이용하여 장거리에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최초의 전자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평가된다.
  6. 타자기 (Typewriter):1878년 상업적으로 사용된 타자기는 문서 생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이는 행정, 언론, 기업 문서 생산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7. 라디오 (Radio):1895년 Guglielmo Marconi가 무선 전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라디오 통신이 가능해졌다. 라디오는 처음으로 대중에게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는 대중 매체(mass media) 시대를 열었다.
  8. 컴퓨터 (Computer):1946년 개발된 ENIAC은 최초의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로 평가된다. 컴퓨터는 정보 처리와 저장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9. 전화 (Telephone):1876년 Alexander Graham Bell이 발명하였다. 음성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10. 인터넷 (Internet):1980년대 연구 네트워크에서 발전하여 1990년 Tim Berners-Lee가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하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인터넷은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11. 스마트폰 (Smartphone):1990년대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은 전화, 컴퓨터, 인터넷 기능을 통합한 모바일 미디어 장치이다. 현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핵심 플랫폼이 되었다.
  12. 소셜 미디어 (Social Media):1997년 등장한 초기 SNS를 시작으로 Facebook, Twitter, Instagram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참여형 미디어 환경이 형성되었다.
  13. 태블릿 (Tablet):2010년 Apple의 iPad 이후 태블릿 컴퓨터는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확장하였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의 새로운 미디어 장치로 자리 잡았다.


1)  구어 시대 (Oral Culture): 신체와 청각의 확장, 기억 중심

그림 1원주민 구전사, 한 원주민 어르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윌리엄 E. 와이스, 버팔로 빌 역사 센터/미술 아카이브 제공)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 인류의 커뮤니케이션은 오직 음성 언어에 의존했다. 이 시대의 미디어는 '인간의 목소리' 그 자체였으며, 정보는 기억을 통해 전승되었다. 지식은 공동체적 서사, 신화, 노래, 의례를 통하여 전승되었다. 반복과 운율은 기억을 강화하는 인지적 장치로 기능하였다.

Walter J. Ong은 『Orality and Literacy(1982)에서 구술 문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 기억 의존적 사고 구조
  • 현재 중심적 시간 인식
  • 집단적 정체성 강화
  • 청각 중심적 감각 체계

구술 문화는 정보가 고정되지 않으며, 매 전달 행위마다 변형 가능성을 지닌다. 이는 지식이 유동적이며 상황 맥락에 의존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구술사(Oral History)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재구성 방식은 기록이 아닌 '목소리'였다. 구술사(Oral History)는 과거의 사건에 직접 참여했던 개인이나 공동체, 그리고 관련자들의 기억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해석하는 방법론으로 정의된다. 이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삶과 관점을 복원하는 핵심적인 도구이다.

구전 역사의 전승과 공동체의 역할
많은 원주민 공동체에서 구전 역사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생명선과 같다. 이들 사회에서는 원로나 세습 족장처럼 존경받는 인물들이 역사를 전승하고 보존하는 중추적인 책임을 맡아왔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중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메시지의 맥락을 조정하여 전달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이러한 전승 방식은 젊은 세대에게 공동체의 핵심 가치와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세대 간의 단절을 막고 문화를 계승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식민주의의 그림자와 구술 역사의 복원
그러나 원주민의 구전 역사는 식민주의의 확산과 함께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오랜 기간 서구 사회는 "문자 기록이 구전 역사보다 더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하다"는 편향된 믿음을 고수해 왔으며, 이는 전통적인 지식 전승 체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원주민의 동화를 목표로 한 가혹한 식민 정책은 구술 문화의 근간을 파괴하는 결정타가 되었다.

오늘날 많은 원주민 공동체는 식민주의 과정에서 상실되거나 왜곡된 그들의 구전 역사와 전통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파편화된 기억을 모으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이 과정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아니라, 억눌렸던 공동체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자신들의 서사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투쟁이다.

나바호(Navajo) 구술사 프로젝트

미국 남서부에 거주하는 나바호(Navajo) 공동체에서는 오랫동안 구전 전통을 통해 역사와 문화가 전승되어 왔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들은 나바호 원로들과 협력하여 구술사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마오리(Māori) 공동체에서 역사 전승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신체, 음악, 의식이 결합된 수행적(performance-based) 방식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전달한다. 그 핵심이 바로 Haka와 Waiata이다. 뉴질랜드 사례는 구술사가 단순한 문화 기록을 넘어  국가 역사와 법적 판단 과정에서 인정된 대표적 사례 로 평가된다.

2) 필기 시대: 시간의 정복과 권력의 탄생

그림 2기원전 3100~3000년경, 선사시대 후기, 점토로 만들어진 맥주 배급 기록 점토판. 맥주는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였으며 노동자들에게 배급되었다 .  그림 문자 옆에는 숫자 기호를 나타내는 다섯 가지 모양의 각기 다른 문자가 있다 .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기호들은 더욱 추상적이고 쐐기 모양 ,  즉  " 설형 문자 " 로 변모했다 .  이 기호들은 상자 형태로 배열되어 있으며 ,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었다 .  맨 아래 줄 왼쪽에는 사람 머리 모양으로 기울어진 그릇을 보여주는 기호가 있는데 ,  이는  " 먹다 " 라는 뜻이다 .

기원전 약 3500년경,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등장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Sumer) 문명에서는 점토판 위에 기호를 새겨 정보를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기록 체계는 후에 설형문자(cuneiform)라고 불리게 되었다. 설형문자는 갈대 펜을 이용하여 점토판에 쐐기 모양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문자 체계가 처음부터 문학이나 종교 기록을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초기 문자 기록의 대부분은 경제 활동과 행정 관리를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곡물의 저장량, 가축의 수,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식량과 맥주의 양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가 사용되었다. 실제로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많은 점토판에는몇 명의 노동자에게 맥주 몇 항아리를 지급했다와 같은 배급 기록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우루크(Uruk) 유적에서 발견된 점토판에는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맥주 배급 기록이 남아 있다. 맥주는 당시 메소포타미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식량이었으며, 일종의 임금처럼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었다. 이러한 점토판에는 곡물 단위, 항아리 모양의 기호, 사람을 나타내는 상징 등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그림 형태의 기호들은 점차 단순화되고 추상화되었으며, 결국 쐐기 모양의 설형문자로 발전하였다.

--- ✱   문자의 발명과 사회 구조적 변화

문자의 발명은 인간 사회에 매우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기억의 외부화, 탈맥락화였다. 이전의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주로 인간의 기억과 구술 전통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문자가 등장하면서 인간은 정보를 물리적 매체에 저장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지식의 축적과 전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문자의 등장은 국가 권력의 형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복잡한 농업 사회에서는 세금 징수, 토지 관리, 노동력 조직 등 다양한 행정 활동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문자 기록을 담당하는 서기관(scribe) 계층이 등장하였다. 서기관은 왕이나 행정 기관을 위해 문서를 작성하고 기록을 관리하는 전문 지식인을 의미한다. 문자 해독 능력은 소수의 교육받은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기록을 관리하는 집단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이다. 기원전 약 1754년경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였다. 이 법전은 돌기둥에 설형문자로 새겨졌으며, 280개의 법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법을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한 문서 작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법이 문자로 기록되는 순간 그것은 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규범으로 기능하게 된다

문자는 또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구술 문화에서는 정보가 전달되는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록 매체가 등장하면서 정보는 장기간 보존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지역으로 전달될 수도 있었다. 이로 인해 행정 조직과 상업 네트워크가 더욱 확장될 수 있었다

고대 문명에서는 다양한 기록 매체가 사용되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판이 사용되었고,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papyrus)가 널리 활용되었다. 파피루스는 나일강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을 이용하여 만든 기록 재료로, 비교적 가볍고 이동이 용이하였다. 이후 지중해 지역에서는 양피지(parchment)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록 매체의 발전은 문서 관리와 지식 보존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기록 매체의 발전은 결국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형성하였다. 기록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집단은 정보를 통제할 수 있었으며, 이는 정치적 권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록 권력(archival power)”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기록을 보유한 집단은 사회적 규범과 행정 구조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문자 기술의 등장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문자는 인간의 기억을 외부에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었으며, 동시에 국가 행정과 권력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결국 필기 시대의 도래는 인간이 시간을 기록하고 통제하기 시작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기록을 통해 정보는 세대를 넘어 전달될 수 있었으며, 이는 문명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문자의 발명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였다.

  • 인간 기억의 외부 저장 장치 등장
  • 국가 행정 체계의 확립
  • 법과 규범의 기록 가능성 확대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 보존

3) 인쇄 시대: 구텐베르크 은하계와 선형적 이성

기록 기술이 인류 문명의 기반을 형성하였다면, 인쇄 기술은 그 기록을 대량으로 확산시키는 혁명적 기술이었다. 인쇄술의 등장 이전에도 다양한 기록 기술이 존재하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상형문자(hieroglyph)와 파피루스(papyrus)가 사용되었고, 그리스와 로마 문명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진 알파벳 문자 체계가 발전하였다. 알파벳은 수백 개의 상형 기호를 사용하는 문자 체계보다 훨씬 간단하였다. 이러한 특성은 문자 학습의 장벽을 낮추었고, 결과적으로 문해력(literacy)의 확산을 촉진하였다.

 


문자의 확산은 단순한 기록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 사고 방식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문자 기록이 인간의 사고를 점차 선형적(linear)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조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말로 전달되는 구술 문화에서는 기억과 반복이 중요하였지만, 기록 문화에서는 논리적 정리와 체계적 사고가 더욱 강조되었다. 기록된 텍스트는 반복적으로 읽고 검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철학, 논리학, 과학적 탐구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

이러한 기록 문화의 발전은 15세기 중반 유럽에서 또 한 번의 기술적 도약을 맞이한다. 독일의 금세공업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는 금속 활자를 이용한 인쇄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는 금속 활자를 개별 문자 단위로 제작하고 이를 조합하여 페이지를 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동일한 페이지를 반복적으로 빠르게 인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구텐베르크가 제작한 구텐베르크 성경(Gutenberg Bible)은 약 1455년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쇄술 혁명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쇄술 이전에는 책이 대부분 수도원의 필사실(scriptorium)에서 손으로 필사되었다. 필사 작업은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으며, 숙련된 서기관과 장인이 참여해야 했다. 그 결과 책은 매우 귀한 물건이었고 가격도 매우 높았다. 일부 역사 연구에 따르면 중세 시대의 필사본 한 권의 가격은 일반 노동자의 연봉에 해당할 정도로 비쌌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식이 소수의 종교 기관이나 귀족 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금속 활자를 이용한 인쇄 기술이 등장하면서 책의 생산 속도는 획기적으로 증가하였다. 동일한 내용을 가진 책을 수백 권, 수천 권 단위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제작 비용도 크게 감소하였다. 그 결과 책은 점차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지식의 대중화(democratization of knowledge) 과정으로 설명한다.


인쇄술의 확산은 종교와 정치 구조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
대표적인 사례가 종교개혁(Reformation)이다. 16세기 초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며 종교 개혁을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과 논문은 인쇄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특히 성경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인쇄되면서 일반 신자들도 직접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성경 해석이 교회 성직자에게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쇄된 성경의 보급은 종교 권위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인쇄술은 과학 혁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책이나 논문 형태로 인쇄하여 다른 학자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는 인쇄된 책을 통해 유럽 학계에 확산되었다. 이러한 출판 환경은 과학적 지식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학문 공동체집단 지식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인쇄 문화가 인간의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인쇄술이 “구텐베르크 은하계(Gutenberg Galaxy)”라는 새로운 문화 환경을 형성하였다고 주장하였다(McLuhan, 1962). 인쇄된 텍스트는 일정한 순서로 배열된 문장을 따라 읽도록 요구하며, 이러한 읽기 방식은 인간의 사고를 점차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아이젠스타인은 인쇄술이 근대 사회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설명하였다. 그녀는 인쇄 매체가 지식을 표준화하고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러한 특성이 근대 과학과 교육 제도의 발전을 촉진하였다고 분석하였다(Eisenstein, 1979). 결과적으로 인쇄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구조와 문화 환경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인쇄 매체는 지식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널리 확산할 수 있는 최초의 기술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중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이 형성되는 기반이 되었다. 인쇄된 신문, 책, 팜플렛은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를 넘어 넓은 사회에 동일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따라서 인쇄 시대는 단순히 책의 생산 방식이 바뀐 시기가 아니라,
지식의 확산 구조와 인간의 사고 방식이 동시에 변화한 역사적 전환기였다.
기록 문화가 인간의 기억을 확장하였다면,
인쇄 문화는 그 지식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형성하였다.

4) 전자 미디어 시대: 시공간의 붕괴와 ‘지구촌’

그림 5. Station 8MK in Detroit, the First Radio Station Owned by a Newspaper, Broadcasts the First Radio News Programwspaper, Broadcasts the First Radio News Program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이르러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또 한 번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전기 기술과 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 전달 방식은 이전 시대와 전혀 다른 속도와 범위를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전신,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기술은 인간의 의사소통을 물리적 이동의 제약으로부터 점차 해방시켰다. 그 결과 정보 전달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세계는 이전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전자 미디어 시대의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기술이 전신(telegraph)이다. 전신은 장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한 최초의 전자 미디어로 평가된다. 미국의 발명가 사무엘 모스(Samuel Morse) 1830년대 전기 신호를 이용하여 문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신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그는 전기 신호의 길고 짧은 패턴을 이용하여 알파벳을 표현하는 모스 부호(Morse code) 체계를 제안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 간에도 메시지를 거의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전에는 편지나 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며칠 혹은 몇 주가 필요하였지만, 전신을 이용하면 몇 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전신 기술은 경제와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에 건설된 대서양 해저 전신 케이블(Transatlantic Telegraph Cable)은 유럽과 북미 대륙을 연결하였다. 1866년에 안정적인 해저 케이블이 완성되면서 런던과 뉴욕 사이의 정보 전달 시간이 몇 주에서 몇 분으로 단축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금융 시장과 외교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신 이후 등장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전화(telephone)였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은 음성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전화기를 발명하였다. 전화는 문자 신호가 아니라 인간의 음성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먼 거리에 있는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개인적 관계뿐 아니라 비즈니스 활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자 기술은 또 다른 형태의 미디어를 탄생시켰다. 바로 라디오(radio)이다. 라디오는 전파를 이용하여 음성 신호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송 매체이다. 1920년대 이후 라디오 방송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뉴스, 음악, 드라마, 스포츠 중계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대중에게 전달되기 시작하였다. 라디오는 특히 자동차나 가정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대중화되었다. 라디오의 발전은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예를 들어 1930년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는 라디오 연설인노변 담화(Fireside Chat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였다. 이러한 방송은 정치 지도자가 대중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된다.

전자 미디어 시대의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텔레비전(television)이다. 텔레비전은 음성뿐 아니라 영상까지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이다. 1950년대 이후 텔레비전이 가정에 널리 보급되면서 뉴스, 드라마, 광고, 스포츠 중계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영상 형태로 전달되기 시작하였다. 텔레비전은 강력한 시각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문화와 정치, 소비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1969년 아폴로 11(Apollo 11)의 달 착륙 장면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당시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같은 순간에 동일한 영상을 시청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사건을 목격한 사례로 평가된다.

--- 전자 미디어 시대의 중요한 특징은 대중 매체(mass media)의 형성이다.

이 시기의 미디어는 중앙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대중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구조를 가진다. 방송국이나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많은 시청자와 청취자가 이를 동시에 소비하는 일대다(one-to-many)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이러한 전자 미디어 환경이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처럼 연결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전자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현상을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McLuhan, 1964). 전자 미디어는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정보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전자 미디어 시대는 정보 전달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대중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형성한 시기였다. 전신과 전화가 장거리 통신의 기반을 마련하였다면,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 미디어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은 이후 등장하는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 시대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5) 디지털 미디어 시대: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등장

그림 6. ENIAC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미디어 환경은 또 한 번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전자 미디어 시대가 전파와 방송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면, 이후 등장한 디지털 기술은 정보의 표현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 네트워크의 확산이 있었다. 컴퓨터는 정보를 저장하고 계산하는 기계에서 출발하였지만, 이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생산을 위한 핵심 장치로 발전하였다.

현대 컴퓨터의 기원은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에서는 대규모 계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ENIAC(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과 같은 전자식 컴퓨터가 개발되었다. 이후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가 등장하였다. IBM PC와 애플 컴퓨터와 같은 장치는 컴퓨터를 연구기관이나 군사 기관의 도구에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장치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든 정보를 동일한 형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스템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과 같은 다양한 정보가 모두 이진 코드(binary code), 0 1의 조합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방식은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를 동일한 장치에서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컴퓨터 한 대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음악을 재생하며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정보가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 ✱   초연결의 탄생: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WWW)

컴퓨터 기술과 함께 발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인터넷(internet)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인터넷의 기원은 1960년대 미국 국방부가 연구 목적으로 개발한 ARPANET(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ARPANET은 여러 연구기관의 컴퓨터를 연결하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였다. 이후 이 네트워크는 점차 확장되었고, 1990년대에는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터넷 환경으로 발전하였다특히 1990년대 초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등장 이후 인터넷 이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웹 브라우저를 통해 누구나 쉽게 온라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인터넷은 단순한 통신 기술을 넘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형성하였다.

"링크를 타고 정보를 찾아가는 세상을 만들자!"

WWW의 시작 1989년, 팀 버너스-리는 CERN(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에서 컴퓨터 과학자로 일하면서 정보 공유와 연결성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검색할 수 있는 분산 시스템을 고안하게 되었는데, 이 아이디어가 월드 와이드 웹의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의 주요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문서를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이라는 언어로 작성하고, 문서 안의 특정 부분을 다른 문서로 링크(link)하는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연결된 문서는 웹 브라우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네트워크를 통해 공간적으로 떨어진 미디어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보의 재생산과 재가공이 가능해지면서 정보의 부가가치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1990년, 팀 버너스-리는 웹 서버와 웹 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도구들을 개발하였다. 그는 누구나 웹 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다른 사용자들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으며, 이를 위해 URL(Uniform Resource Locator)과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같은 핵심 개념과 기술을 제시하였다. 이듬해인 1991년, 버너스-리가 만든 웹 서버와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그는 웹 개발 초기부터 오픈 소스와 협력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모든 사람이 웹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그의 업적 덕분에 월드 와이드 웹은 오늘날 인터넷 문화와 정보 공유의 중심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가 제시한 기술과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반이 되었다.

--- ✱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대전환: 다대다(Many-to-Many)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변화이다.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는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대중이 이를 소비하는 일대다(one-to-many) 구조였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용자들이 서로 동시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다대다(many-to-many) 구조를 가능하게 하였다. 개인은 단순한 정보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개인 웹사이트와 같은 서비스는 개인이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 등장하는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 기반 미디어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결국 디지털 미디어 시대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정보 생산과 유통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6) 지능형 미디어 시대: 알고리즘과 인공 지능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디어 환경은 또 다른 단계로 발전하였다. 호세 반 다이크와 동료 연구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이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 정보와 사회적 관계를 조직하는 핵심 인프라로 발전하였다고 설명한다. 이용자의 행동은 데이터로 변환되고 알고리즘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선택하고 추천한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 위에서 플랫폼(platform) 중심의 미디어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이 미디어 운영 방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을 흔히 지능형 미디어(intelligent media) 시대라고 부른다.

플랫폼 미디어 환경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데이터 분석과 개인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5G 통신 기술은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엣지 컴퓨팅, 확장현실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플랫폼 기반 미디어 생태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현대 미디어 환경은 데이터 중심의 지능형 미디어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미디어의 핵심 특징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콘텐츠 노출 방식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어떤 영상을 오래 시청했는지, 어떤 게시물에 반응했는지, 어떤 검색어를 입력했는지와 같은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이라고 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사용자마다 서로 다른 콘텐츠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플랫폼 기반 미디어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데이터 중심 운영
  •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
  • 개인화된 콘텐츠 제공
  •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이러한 구조에서는 정보 흐름이 단순히 인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콘텐츠의 노출과 확산은 알고리즘 설계와 플랫폼 구조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이 새로운 미디어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수행한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미디어 게이트키퍼(gatekeeper)는 어떤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고 어떤 정보가 제외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이나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중요한 이론 중 하나이며, 정보의 흐름이 중간 단계에서 선택·조정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   전통 미디어에서의 게이트키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편집자(editor)와 기자(journalist)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지만 신문 1면에 실리는 뉴스는 제한되어 있다. 편집자는 뉴스 가치를 판단하여 어떤 사건을 보도할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보는 선택되고 일부 정보는 제외된다. 텔레비전 방송국의 편성 책임자(program director) 역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예시

  • 신문 편집자가 정치 뉴스 대신 경제 뉴스를 1면에 배치
  • 방송 뉴스 제작자가 특정 사건을 주요 뉴스로 선정

✱   디지털 플랫폼 알고리즘 게이트키퍼

오늘날 플랫폼 미디어 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이 새로운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한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떤 콘텐츠를 먼저 보여줄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은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하며 정보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   검색 결과와 여론 형성 연구 (Search Engine Manipulation Effect)

미국 심리학자 Robert Epstein은 검색 결과 순서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된 정보는 더 높은 신뢰를 얻음
  • 검색 결과 순서만 바꾸어도 유권자 선택이 변화할 수 있음

Epstein은 이를 Search Engine Manipulation Effect (SEME)라고 설명하였다. 즉, 검색 결과의 순위 편향이, 특히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의 선호나 의견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현상을 뜻한다.

 ✱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정치 콘텐츠 확산

유튜브 추천 시스템 역시 여론 형성과 관련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 추천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
  • 이용자는 특정 정치적 관점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함
  • 결과적으로 정보 편향(information bias)이 강화될 수 있음

유튜브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시청 시간, 클릭 기록, 좋아요 및 댓글, 구독 채널, 시청 패턴과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이용자에게 효율적이고 맞춤화된 정보 경험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특정 유형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경향을 가진다. 그 결과, 사용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와 유사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다양한 관점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특히 정치 콘텐츠와 같은 영역에서는 이러한 추천 구조가 정보 편향(information bias)을 강화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기존 관심과 행동을 기반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며, 이는 특정 관점이 강화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유발한다(Pariser, 2011). 따라서 지능형 미디어 환경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알고리즘이 구성한 인공적 정보 환경 속에서 현실 인식이 형성되는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대표적인 사례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이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뉴미디어 형태이다.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틱톡(TikTok)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개인이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 이러한 현상을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 UGC)라고 한다. UGC는 기존 미디어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미디어와 달리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지 않고 동일한 주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소셜미디어는 참여(Participation), 개방(Openness), 공유(Sharing), 실시간성 등의 특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사용자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개인의 의견 표현과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동시에, 여론 형성과 정보 유통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현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2010년대 초반까지는 단순히 최신 게시물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 연대기적 피드(chronological feeds) 중심으로 작동하였으나, 이후 사용자 반응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선별하는 참여 기반 정렬(engagement-based sorting)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어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선호를 분석하고, 다음에 좋아할 콘텐츠를 예측하여 제공하는 AI 기반 추천 피드로 발전하였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실시간 행동과 맥락을 반영하여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조정하는 실시간 개인화(real-time personalization) 단계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지능형 미디어 환경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   Filter Bubble 이론

지능형 미디어 시대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 플랫폼이 제공하는 개인화된 정보 환경이 이용자의 정보 경험을 제한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인터넷 활동가이자 미디어 연구자인 엘리 파리저(Eli Pariser)가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2011)에서 제시하였다. 개인화 기술은 이용자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장점을 가지지만, 동시에 사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범위를 점점 좁히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필터 버블은 일정한 과정에 따라 형성된다. 먼저 플랫폼은 이용자의 검색 기록, 클릭, 좋아요, 시청 시간과 같은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알고리즘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관심사와 선호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사한 정보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용자는 점차 자신의 관심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고, 결국 다양한 관점이나 상반된 의견에 노출될 기회가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이용자의 정보 환경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며, 이는 사회적 편향과 인식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필터 버블은 지능형 알고리즘 기반 미디어 환경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다.

 ✱ 에코 챔버(Echo Chamber)

에코 챔버(Echo Chamber)는 자신과 비슷한 의견이나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반복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같은 생각이 계속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원래 ‘메아리가 울리는 방’이라는 뜻에서 나온 표현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견이 반복적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비유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용자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계정을 팔로우하고, 유사한 성향의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나 다른 관점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자신의 생각이 사회 전체의 일반적인 의견이라고 오인할 가능성도 생긴다.


1. 미디어 기술의 진화 단계

시대 주요 미디어 기술 핵심 특징 및 사회적 영향
선사 시대 동굴 벽화 구어(Oral) 중심 사회에서 시각 이미지를 통한 최초의 외부 정보 저장 시도.
고대 문명 문자 체계
(
쐐기, 상형문자)
음성 언어의 시간적·공간적 한계 극복. 국가 행정과 법률 체계 확립의 기반.
중세 필사본 (Manuscript) 양피지 등에 수작업으로 기록. 지식이 종교와 소수 권력층에 독점됨.
근대 초기 인쇄술 (구텐베르크) 지식의 대량 복제와 확산. 민족주의 형성, 종교개혁, 과학 혁명의 촉매제.
산업 사회 신문, 전신, 전화 근대적 대중(Mass)의 형성. 정보 전달 속도가 물리적 이동 속도를 추월함.
전자 미디어 라디오, 텔레비전 실시간 멀티미디어 수용. '지구촌(Global Village)' 개념의 등장과 대중문화 확산.
정보화 시대 인터넷 (WWW) 하이퍼텍스트 기반의 비선형적 정보 탐색.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디지털 시대 스마트폰, SNS 모바일 기반의 상시 연결성. 이용자가 곧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 생태계.
지능형 미디어 AI 미디어, 메타버스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화된 콘텐츠 생성 및 큐레이션. 가상과 현실의 경계 모호.

결국 미디어 기술의 역사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연속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구조와 사회 조직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고대 문명의 기록 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외부화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후 인쇄 기술은 지식을 대량으로 확산시키는 기반이 되었고, 전자 미디어는 대중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형성하였다. 디지털 미디어와 플랫폼 기술은 이러한 구조를 다시 한 번 재편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조직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진화: 넥서스(Nexus) 

미디어 기술의 진화는 단순한 전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구조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초기의 미디어는 개인 간 직접적인 일대일(one-to-one) 소통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인쇄술과 방송 기술의 발전을 거치며 하나의 정보원이 다수에게 전달되는 일대다(one-to-many) 구조로 확장되었다. 이후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다양한 집단이 상호 연결되는 다중 커뮤니티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오늘날에는 개인, 집단, 플랫폼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형 커뮤니케이션 구조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간 상호작용과 재생산을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현대의 미디어 환경은 인간(Human),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미디어(Media)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넥서스(Nexus) 구조를 이루며, 복합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의미가 생성되고 확산되는 지능형 미디어 환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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